이혼후 행패 두려워 양육비 포기하는 여성들(문화일보, 181101. 김수민 기자)
돈 못받을까봐 폭력 참기도 “이행기관이 강제 추심해야”
평범한 여성들이 남편에게 맞거나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이혼 뒤 양육비를 받지 못할까 봐 신고조차 못 하거나 자신의 소재가 알려질 경우 받을 2차 피해를 우려해 양육비 요청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A(여·33) 씨는 남편 B(33) 씨의 지속적인 가정폭력 끝에 최근 이혼을 결정했지만, 양육비는 한 푼도 받지 않기로 정리했다. 돈 문제로 발목이 잡히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연애할 때만 해도 남자답고 화끈했던 B 씨는 2012년 혼인신고를 마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직장에서 싸움을 벌이다 돈을 물어주는 일이 허다했고 심지어 몰래 A 씨 명의로 큰돈을 빌리기도 했다. A 씨가 화라도 내면 90㎏이 넘는 거구인 B 씨는 되레 폭력을 행사했다. 아이를 생각하며 꾹 참았던 A 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건 친정식구들과 아이까지 피해를 보면서다. 남편은 부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처가 식구들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백일도 안된 아들을 안고 자해 소동을 벌이다 계단을 구르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법률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지난 6월 법원은 “둘은 이혼한다”면서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는 A 씨로 지정하되, A 씨는 B 씨에게 양육비 등을 청구하지 않고 B 씨는 A 씨에게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이혼 및 양육비 이행 관련 소송 도중 가해자의 보복을 우려해 소송 자체를 포기하거나 가해자의 구속 등으로 양육비를 받지 못할까 봐 가정폭력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관 담당자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변호사나 양육비이행관리원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인 남편에게 거주지 등이 노출될 수 있음을 공지하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는 “민사소송 서류를 보내거나 소송기록 열람·복사 시 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 노출을 막는 민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친부가 확인되면 법원을 거치지 않고 이행기관이 바로 양육비를 산정하고 급여 등에서 양육비를 추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101010314213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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