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줄었으니 양육비 깎아달라"는 아빠의 반전(머니투데이, 19.05.17. 황국상 기자)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에서 단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 73%에 달했다. 그나마 2012년 최초 조사가 실시됐을 당시 83%에 비해서는 10%포인트 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가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양육비를 주기로 해놓고서도 그 돈을 깎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한 남성이 "월급이 줄었다"며 과거 이혼 당시에 합의했던 양육비의 감액을 청구했다. 2심까지는 이 남성이 이겼지만 대법원(2019년 1월31일 결정, 2018스566)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그 사연을 알아보자.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2010년 1월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가 됐으나 결혼 2년여만에 쌍방간 이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둘은 2013년 6월 이혼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자료와 재산분할 없이 두 사람이 이혼하는 대신 △미성년자 자녀 2명을 B씨가 키우고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자녀 1인당 매월 32만5000원씩, 이후 시점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1인당 50만원씩, 그리고 성년에 도달하기 전까지 1인당 60만원씩의 양육비를 A씨가 B씨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혼한 지 약 4년이 지난 2017년쯤 A씨가 양육비를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심판청구를 냈다. 이혼 후 A씨는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월 210만원 가량을 받았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월급이 종전 210만원에서 160만원 정도로 줄었으니 양육비도 감액해달라는 주장이었다. A씨는 실제 급여가 줄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급여내역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도 법원에 냈다.
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A씨는 자녀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1인당 월 40만원씩, 그리고 그 이후 시점부터 성년이 되기 전까지 1인당 월 50만원씩만 지급하면 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같은 법원 심판에 불복해 전 부인인 B씨가 항고했지만 2심에서 기각됐다.
B씨가 재차 2심 심판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갔다. 대법원에서는 B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니 다시 내용을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원심을 파기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대법원은 A씨가 소득감소의 증거로 제출한 급여내역서는 가족회사에서 발급한 것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급여내역서에 적힌 월급여 총액도 딱 '160만원' 정액으로 "160만원 정도로 소득이 줄었다"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딱 좋게 기재돼 있다는 점도 이상했다.
더구나 A씨는 결혼 생활 당시 모친이 소유한 부동산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가 이혼 후 오피스텔로 이사했고, 그 이후에도 1억2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수하기도 했다. 부동산 매수자금 상당 부분을 대출받은 A씨는 매월 64만원의 이자도 냈다. 반면 B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며 17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게 전부였다. 돈이 없어서 양육비도 줄여야 한다던 A씨가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를 위해 매달 수십만원의 이자까지 물면서 부동산을 산 점이 이상했던 것이다.
대법원은 "B씨는 이혼 당시 'A씨에게 상당한 재산이 있었고 A씨로부터 양육비 외에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로 받은 돈이 전혀 없었으며 이같은 사정이 양육비 산정시 고려됐다'고 주장했는데도 원심이 이를 심리한 흔적을 기록상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심은 양육비 감액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양육비 감액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이미 정해진 양육비를 감액하고 말았다"며 "양육비 감액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으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B씨의 재항고 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봤다.
아울러 대법원은 "가정법원이 재판이나 당사자 협의로 정해진 양육비 부담내용이 제반 사정에 비춰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 그 내용을 변경할 수는 있다"면서도 "종전 양육비 부담이 부당한지 여부는 친자법을 지배하는 기본 이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육비 감액은 일반적으로 자녀 복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육비 감액 심판청구를 심리할 때는 감액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종전 양육비가 정해진 경위와 액수, 줄어드는 액수, 당사자 책임 유무, 부모의 직업·건강·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양육비 감액이 불가피하고 그러한 조치가 궁극적으로 자녀 복리에 필요한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 1월31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이 사건은 원심 법원에 새로 접수된 상태다. 1심에서 A씨의 주장이 인정됐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새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즉 아직 이 사건은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관련조항 민법 제836조의2(이혼의 절차) ① 협의상 이혼을 하려는 자는 가정법원이 제공하는 이혼에 관한 안내를 받아야 하고, 가정법원은 필요한 경우 당사자에게 상담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할 수 있다. ② 가정법원에 이혼의사의 확인을 신청한 당사자는 제1항의 안내를 받은 날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난 후에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을 수 있다. 1. 양육하여야 할 자(포태 중인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2. 제1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1개월 ③ 가정법원은 폭력으로 인하여 당사자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예상되는 등 이혼을 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2항의 기간을 단축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④ 양육하여야 할 자가 있는 경우 당사자는 제837조에 따른 자(자)의 양육과 제909조제4항에 따른 자(자)의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서 또는 제837조 및 제909조제4항에 따른 가정법원의 심판정본을 제출하여야 한다. ⑤ 가정법원은 당사자가 협의한 양육비부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는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양육비부담조서의 효력에 대하여는 「가사소송법」 제41조를 준용한다.
민법 제837조(이혼과 자의 양육책임) ① 당사자는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한다. ② 제1항의 협의는 다음의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1. 양육자의 결정 2. 양육비용의 부담 3.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 및 그 방법 ③ 제1항에 따른 협의가 자(자)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그 자(자)의 의사(의사)·연령과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④ 양육에 관한 사항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이에 관하여 결정한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제3항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⑤ 가정법원은 자(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부·모·자(자) 및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자(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 ⑥ 제3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은 양육에 관한 사항 외에는 부모의 권리의무에 변경을 가져오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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