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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전남편, 감치 요청해도 숨으면 '그만'(한국일보)

등록일2019.12.06

조회수53

양육비 안 주는 전남편, 감치 요청해도 숨으면 '그만'(한국일보, `19.12.16. 신혜정)


이혼 후 6년간 중학교 3학년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정지수(가명ㆍ42)씨는 2017년 법원에서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껏 정씨가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 정부 산하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에도 도움을 청해봤지만 강제력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 법원에 감치요청을 하려 해도 전 남편이 연락처와 주소를 바꿔가며 잠적해 쉽지 않았다. 정씨는 “양육비 얘기만 꺼내면 회피하는 아빠 모습을 보며 딸이 더 상처를 받고 있다”며 “자녀에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는 사람은 처벌조차 받지 않는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만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자녀의 양육비 책임을 나몰라라 하는 ‘나쁜 전 배우자’ 이야기는 정씨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한부모는 35.4%에 불과했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10명중 7명은 자기 자녀를 위한 양육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소송을 통해 양육비 이행 채권을 인정받고 지급까지 이어진 경우로, 전체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는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육비 지급률이 낮은 이유는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내린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위반하더라도 가장 큰 처벌은 감치명령에 그친다. 이마저도 양육비 채무자의 잠적ㆍ위장전입으로 3개월간 구인을 하지 못하면 무효가 된다. 그나마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비양육자 본인 동의 없이 소득ㆍ재산자료를 관계기간에 확인할 수 있고, 올해 6월부터는 주소나 근무지를 조회할 수 있게 됐지만 양육비 집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소송과 상담을 지원할 뿐, 미국ㆍ호주 등 해외의 유사기관들처럼 양육비를 직접 회수하거나 전달해 주는 등의 권한은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한부모들은 소송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 배우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가며 양육비 이행과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는 지난해부터 ‘배드파파&배드마마’ 얼굴 공개 사진전을 열어왔다. 결과는 비양육자의 명예훼손 소송 또는 일시적 백기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신상공개 등으로 관심이 환기되면 체면을 생각해 양육비를 주겠다는 연락이 오긴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제재가 없으니 막무가내로 버티면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고의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양육비 불이행을 아동학대상의 ‘방임’으로 보고 형사처벌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중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여성가족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법무부와 경찰청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운전면허 취소는 도로교통 위험발생 소지가 높은 운전자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라 양육비 이행과는 실질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이행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속에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육의 책임이 1차적으로는 부모에게 있지만 성장과정에서 불가피한 공백이 생긴다면 국가가 당연히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해외 국가들이 양육비 대지급 후 구상권 청구제도와 형사처벌을 모두 도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051682040703?did=NA&dtype=&dtypecode=&prnew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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